[폭로] 산성체질, 아직도 구라까고 다니냐?

2002. 6. 17. 월요일
딴지 과학부
 

72호 <바이오리듬, 아직도 구라까도 다니냐?>를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꾸바당. 그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이번에는 가끔 광고나 신문기사 등에서 접하게 되는 <산성체질>에 관련된 구라들을 까발려 드리겠다.


전 기사의 <바이오리듬>의 경우, 그 허구성이 너무나 확실했고 과학적인 의미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사람이 자기가 태어나면서 자기가 <몇 시 몇 분 몇 초> 에 태어나는지, 그것도 한국인인 경우는 동경 표준시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태어나야만 하는 등,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엉터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산성체질>에 관해서는 의외로 많은 분들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고 믿고 있었고 또 신문기사나 웹사이트를 검색해 봐도 <산성체질>은 엉터리라는 주장과 과학적이라는 주장들이 50대 50정도 있어서 이 기사를 쓰기 전 좀 고민을 했었다.


게다가 <산성체질>에 대한 광고들 중 약사, 교수, 기자, 한방병원에 계시는 분들의 글이 의외로 많이 있어 약간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라는 구라인 법… 이에 개의치 않고 까발려 드리겠다…


들어가기에 앞서 인터넷에서 많은 약국, 건강보조식품, 한의원, 정수기 회사, 건강 지식 사이트들을 통해 <산성체질>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우선 이러한 곳들에서 뭐라고 씨부리는지 함 살펴 보겠다.


먼저 글에 따라 강조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만 대체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다.

사람에게는 산성체질과 알칼리성체질이 있다.

각종 질환과 몸이 불편한 여러 증상들은 사실 현대인들이 산성체질이기 때문에 나타난다. 산성체질이 거의 모든 병의 원인이다.

식품도 산성식품, 알칼리성식품으로 나눌 수 있다.

산성식품, 알칼리성식품을 구별해 먹음으로써 산성체질, 알칼리성체질을 바꿀 수 있다.

우리 제품(방법)을 이용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여러분 체질을 건강한 (약)알칼리성체질로 개선할 수 있다.


이 각각의 단계는 모두 최신의 임상학, 생리학, 식품학, 서양의학 등에서 과학적으로 밝혀졌으며 이제는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그렇다면 이 상식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산성 체질과 알칼리성 체질


여기서의 산성체질이란 몸 전체가 산성이 되는 게 아니라 체액 특히 혈액이 산성으로 기울어진 상태다. 혈액의 pH가 산성이면 산성체질, 알칼리성이면 알칼리성체질이라는 아주 간단하고 알기 쉬운 구분법이다.


실제로 우리 몸은 어디냐에 따라 적정한 pH가 다 다르기 때문에 몸 전체가 산성이나 알칼리성이 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소화를 위해서 위 안은 강산성이며, 피부는 약산성으로 유지되고 혈액 등은 약알칼리성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인지 보통 산성체질 이야기에서는 체액의 하나인 혈액을 기준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실제 혈액의 pH는 어떨까? 정확히는 정맥혈에서 pH 7.34-7.38, 동맥혈에서 pH 7.38-7.42이다. pH란 아시다시피 중간인 7이 중성이며 7보다 작으면 산성, 높으면 알칼리성이다.


따라서 사람의 혈액은 약알칼리성이다. <건강식품>들을 다루는 위 사이트들은 여기까지는 대부분 제대로 설명하고, 바로 이 균형이 깨져서 산성쪽으로 기울어지면 산성체질이 된다고 주장한다.


비.유.티. 버뜨… 이러한 주장은 뭔가의 착각이거나 거짓말이다. 균형이 깨져 산성쪽으로 기운다는 범위는 보통의 건강한 사람에게서 변화할 수 있는 혈액의 pH 범위 전체를 나타내며 이 범위를 간단히 벗어나지는 않는다. 즉 인간의 혈액은 늘 pH 0.04 범위 안에서 정확하게 조절되며 만일 이 범위를 너무 벗어나면 체질이 좀 바뀌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좀더 <산성체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곳들은 슬쩍 의학용어를 인용해, 혈액 pH가 산성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아시도시스(acidosis, 산독증 또는  산중독이라고도 함)라고 하며, 이게 바로 산성체질이 된다는 뜻으로 그후 온갖 성인병들이 생긴다고 한다. 영악한 거뜰…


의학사전을 찾아보면, 이 아시도시스(산독증)란 설사, 구토, 신장질환, 심한 당뇨병 등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보통의 건강한 우리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기 떄문에 외울 필요가 없다. 이건 원인이 아니라 어떤 특정병들의 결과(!)이며, 혈액 pH가 7.2-6.95 정도의 범위로 된다고 한다.


여기까지 <건강식품>을 광고하는 것들의 주장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첫째는 <산성>이라는 기준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지 않는 한, 이 정도를 가지고 <산성>이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며, 두번째는 극히 일부의 심한 당뇨병 환자분들 중에서나 나타나는 증상을 과장해서 모든 평범한 우리 현대인들이 다 산독증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람의 혈액에서 이렇게 pH가 정밀하게 지켜지는 이유는 생물에게 <항상성>이라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항상성>이란 생물이 외부로부터의 반응에 대해 안에서는 정상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다. 따라서, 이 <항상성> 때문에 사람의 혈액 pH가 7보다 낮게 산성이 되는 경우는 없으며, 본 우원의 산수가 틀리지 않다면, <산성체질>이라는 건 용어자체가 엉터리다.


쉬운 예로 우리가 pH가 (낮은) 식초를 열라 마시더라도 혈액 pH가 변하지 않는 것 은 이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몸이 오줌을 통해 산을 배출하거나 호흡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서 맞추게 되는 메커니즘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따라서 오줌으로 산성체질을 알아낸다는 주장도 정확한 것이 아니란 말씀. <항상성>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가 다시 설명하겠다.


사실… 여기서 이 글은 끝날 수도 있다. 왜냐? 가장 중요한 첫째 조건인 <사람에게는 산성체질과 알칼리성 체질이 있다>가 엉터리인데 어떻게 그 다음 이야기들이 맞을 수 있겠는가?


산성체질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산성체질이 나쁘다, 산성음식이 나쁘다, 그러니까 산성체질을 바꿔주는 게 건강의 지름길이니 우리 제품 또는 우리 방법 대로 해라… 씨바스러운 거뜰… 얘네들이 주장하는 이후의 이야기들은 그냥 추측과 추측에 상상을 이어간 것 뿐이다. 하지만 이 기사에선 이 구라 주장들을 좀 더 자세하게 알아 볼 필요가 있다. 구라들아 물렀거라…



현대인들은 모두 산성체질이다


<산성체질>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를 않으니까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이 주장의 요점은 본 우원 생각엔 아마 아래 두 가지일 것 같다.


첫째는 "당신도 나도 모두 산성체질이니까 모두 함께 우리 제품을 구입하거나 우리 건강법을 배우는 게 좋다"는 암시, 즉 많은 고객의 확보를 위한 이빨 까기로 보인다. 어쩌면 어느 한 두가지 정확한 증상을 정할 수 없으니까 대충 여러가지 증상이나 병들을 예로 들어 멀쩡한 우리 모두를 환자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산성체질>의 원인이 우리가 많이 섭취하는 산성식품 때문이라는 이유로 인해 다음의 과학틱한 주장을 끌어내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산성식품, 알칼리성 식품


모든 식품들을 산성식품과 알칼리성식품으로 나눌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말은 사실은 어느 의미에서 보면 맞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산성식품은 맛이 신 음식들처럼 식품의 pH를 직접 측정해서 <산성>으로 나온 것들이 아니라, 각 식품을 완전히 태워서 재로 만든 후 그 재에 증류수를 넣고 pH를 측정해 7 밑으로 나온 경우들이다.


즉, 재 성분으로 결정하므로 맛이 신 과일이나 채소, 해조류도 전부 알칼리성식품이 되고 육류, 쌀 등은 산성식품이 된다고 <건강식품>을 소개하는 넘들은 주장한다. 위 사이트들에서는 이렇게 식품의 산성, 알칼리성을 구별하는 실험이 사람의 몸 속에서 소화, 연소되는 과정과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 사실은 <연소>라는 단어를 슬쩍 끼워서 혼란시키는 거짓말이다.


이 실험은 사람이 재를 먹고 사는 경우와 사람 몸 속에서 음식물을 고열로 태워서 소화시키는 경우에만 해당되므로 그런 분들이 있다면 그런 분들만 참고하시라… 보통 우리가 레몬이나 매실 같은 걸 맛볼 때 신맛으로 산성을 나타내는 성분들은 다 그 나름대로 우리 몸에 흡수되어 영향을 끼치며 그냥 재가 되듯이 사라져 버리지는 않는다.


여기서 본 우원이 신맛을 내는 구연산의 효과까지 설명하자면 너무 길기때문에 이 부분은 생략하겠다. 궁금하면 멜 쏘시라… 이러한 이유로 정말 따져야 할 식품의 효과는 전부 무시하고 <건강식품>이 일부러 재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따지는 것은 무리라 하겠다.


그리고 우리 소화과정을 생각해 보자. 음식을 입으로 먹으면 먼저 위로 가며, 위에서는 염산과 소화효소를 포함한 위액을 낸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염산은 강한 산성이며 살균작용과 함께 펩신이라는 소화효소를 활성화시키는 일을 한다.


즉 위 안은 자동으로 강한 산성이라는 환경이 되며 또 그렇게 되어야만 소화가 잘 된다. 산성식품을 먹든 알칼리성식품을 먹든 위에 들어오면 모두 산성으로 바뀌게 되므로 똑같다.


몸 안의 대사과정에서 활약하는 여러 효소들은 약알칼리성 환경에서만 작용하니까 약알칼리성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먼저 소화부터 시켜야 할 위에서의 펩신이라는 소화효소는 강산성에서만 제대로 작용한다. 효소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니까…


아무튼, 소화부터 제대로 시켜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위의 내용물 들이 충분히 산성이 되어야 소장으로 넘어가질 수 있고, 거기선 또 모두 이자액에 의해 자동적으로 약 알칼리성으로 통일된다. 이런 소화과정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알칼리성식품이 소화에도 방해가 되고 건강에 좋지 않다. 우습게도 말이다…


그래서 위와 같이 산성식품, 알칼리성식품으로 나누는 분류법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현재 식품학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함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모든 식품들을 이름 글자 갯수로 분류하면 어떨까? 한 글자 식품인 쌀, 콩, 팥, 무, 쑥, 김, 감 등과 두 글자 식품인 당근, 감자, 치즈, 새우, 버터 등. 그리고 세 글자 식품, 네 글자 식품들. 이것도 마찬가지로 종류를 훌륭하게 나눌 수는 있지만 여기서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은가?


마찬가지다. 식품의 재로 pH를 측정하는 방법은 그냥 측정하면 산성으로 나올 맛이 신 음식이라도 알칼리성이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신기한 화학실험이지 그 이상의 중요한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시라.


또 모든 식품을 산성, 알칼리성 둘로 나눠 산성은 무조건 좋은 식품, 알칼리성은 전부 나쁜 식품으로 나누는 건 단순무식의 소치라고 판단된다. 심지어 산성토양이 나쁘다니까 산성체질과 산성식품도 나쁠 거라는 이론으로 설명을 시작하는 사이트도 있었다만, <산성>이라는 단어가 왠지 안 좋은 느낌이라는 이유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과학이란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닌데…



음식으로 산성체질을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이 기사를 잘 읽었으면 이 주장도 엉터리라는 걸 이미 이해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단 산성식품, 알칼리성식품을 나누는 기준 자체가 정확하지 않고, 게다가 위 설명처럼 뭘 먹든 그 pH는 소화과정에서 통일된다. 이걸 다 무시하더라도, 우리 몸에는 앞에서 말한 <항상성>이라는 기능이 있어서 혈액의 pH가 먹는 음식으로 인해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계속 서구화된 식단을 따라 고기만 많이 먹고 야채 섭취가 줄어서 산성체질이 되고 있다는 주장은, 우리가 매일 뜨거운 국이나 찌개를 먹어서 체온이 점차로 올라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뜨거운 걸 계속 먹는다고 체온이 올라가고 차가운 걸 계속 먹으면 체온이 내려가나? 우리가 물을 많이 마시면 몸에서 수분 비율이 계속 올라가 수박이나 해파리처럼 물이 많아질까? 참 단순한 거뜰이다…


우리 몸에서는 이렇게 체온이나 수분량, pH등을 자동적으로 일정하게 지키는 능력이 있으며 이게 바로 <항상성>이다. 이 항상성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뭔가 중한 병에 걸려 그 기능이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이며 그 원인인 병을 빨리 치료하든가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기관을 고쳐줘야지, 한가하게 음식으로 pH맞추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여러분이 감기에 걸려서 기침을 심하게 한다면 그 원인인 감기를 낫게 해야지 입을 테이프로 막아서 기침을 못 하게 하면 증상이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산성체질론은 마치 병의 근본원인을 고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심한 병의 결과인 체액의 pH만을 따지는 데 기본적인 모순이 있다.


만일 위의 4번째 주장이 정확하다면, 처음에는 혈액 pH가 5나 6으로 산성인 사람이 알칼리성식품이나 알칼리성물을 마시고 혈액 pH가 7보다 크게 올라갔다는 임상적인 결과를 보여주기만 하면 훌륭하게 과학적으로 입증된다.


물론 정확히는 pH가 5나 6이던 때는 아주 몸도 안 좋고 병에 걸렸었는데 7보다 더 올라가니까 건강해졌다라는 것도 확인해야겠지만.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만 아무도 한 사람이 없다. 왜 그럴까? 아마 살아있는 사람 중에서 pH가 확실히 산성인 사람이 있으면 해외토픽에 나올 꺼다. 물론 음식 먹고 혈액 pH가 산성이나 알칼리성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더라도 곧 큰 과학뉴스가 되겠다. 그런 사람 있음 본지로 멜 주시라. 번개처럼 취재 나간다.



우리 제품(방법)으로 건강한 약알칼리성체질로 바꿉시다.


산성, 알칼리성체질 구분법에 의하면 현대인 모두는 약알칼리성체질이므로 바꿀 필요도 없고(혈액 검사하면 모두 그렇게 나오니까), 바꾸고 싶어도 특정 식품 등으로는 바꿀 수 없다는 문제들을 이 기사를 통해 여러분덜은 알아 버리고 말았다. 만세! 만세! 만세!


아무튼 이런 체질 구분법을 설명하는 많은 글들은 결국 어떤 특정 제품을 판매하려는 목적인 경우가 많다. 엉터리인 곳일수록 무조건 많이 팔기 위해 산성체질의 해악성을 무척 강조한다.


이런 해악성은 현대인의 식생활과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이 우리 모두를 산성체질이 되게 했고 만성두통, 피로, 권태감, 불면증, 눈의 피로, 기억력 감퇴, 생리불순, 매사에 짜증, 피부에 주름, 전철이나 버스에서는 곧 잠이 온다, 계단에서 숨이 찬다, 걸음이 느리다, 하품이 자주 난다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며 되도록 기준이 애매하고 누구에게나 한 두 가지는 해당될 수 있는 항목들로 나열한다.


그리고 산성화된 체질이 원인으로 생기는 병들은 심장병, 당뇨병, 천식, 변비, 치질, 빈혈, 저혈압, 신경통, 무좀, 감기, 암, 불임, 유산 등이 있다고 한다. 물론 본 우원 여기서 내가 지어낸 것들은 하나도 없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여러분들도 직접 확인하실 수 있는 산성체질의 증상들이다.


그리고 <체질>이라는 단어에 약한 우리나라 사람들을 속이는 경향도 보인다. 각각의 병들을 따로따로 고치지 않고 체질개선으로 우리 몸 내부로부터 그 근본원인을 없앤다는 식의 그럴듯한 설명들이 이어진다. 더 나아가 수험생 정신집중도 산성체질 문제, 아이들 난폭한 성격개조도 산성체질 문제, 저 사람이 뚱뚱한 것도 산성체질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네들이 파는 <건강식품>은 우리가 보통 상상하는 돌팔이 약장수의 만병통치약보다 더 훌륭한 기능들을 가졌다…


그런데 이 많은 엉터리 내용들이 다 맞더라도 본 우원 이런 걱정이 생긴다. 즉 이 사이트들도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사람의 체액(혈액)이 약알칼리성 범위를 유지해야만 건강한 것이며 산성으로 기울어져도 알칼리성으로 기울어져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극단적인 것은 안 좋고 적당한 게 좋은 거다"란 식으로 <느낌>에 호소하는 주장인 것이다. 몸의 다른 부분에서는 틀린 표현이지만(위 안이나 피부 표면 등은 산성이니까) 체액에 한해서는 아무튼 맞는 말이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만일 산성체질론의 설명대로 음식이나 환경에 따라 혈액 pH가 그렇게 변한다면 모든 사람들은 자기들의 현재 pH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검사를 받고 그에 맞는 처방(?)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현대인이 다 산성체질이라고 해도 사람에 따라서 심한 경우, 약한 경우가 있을테고, 어쩌면 반대로 알칼리성체질인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무조건 알칼리성제품을 권하면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런 개인의 차이나 구체적인 내용들은 전혀 없이 그냥 "당신들은 다 산성이다, 무조건 산성은 나쁘다, 약알칼리성으로 해라, 중화시켜라, 이거 먹으면 된다"라는 설명이 과연 올바르다고 느껴지시나?


과학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산성체질을 따지는 이론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유감스럽게도 이것도 엉터리 바이오리듬 이론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우리나라에 온 것이 거의 확실하다.


거의 모든 산성체질 주장 글들은 그 근거들을 밝히지 않아서 조사하기가 어려운데, 역사를 좀 살펴보면, 처음 식품을 산성, 알칼리성으로 나눴던 것은 1889년 스위스 바젤대학 생리학자 분게 교수에 의해서였다고 한다. 이때는 육류 단백질의 황에 주목했었고, 앞에서 설명한 실험법인 식품을 완전히 태어서 재로 만들어 pH를 측정하는 방법은 1912년 미국의 샤먼이라는 사람이 고안했다. 이어서 1918년 독일의 로제가 산성식품만을 섭취하면 단백질대사에 이상이 생기지 않겠냐는 논문을 낸 것이 이 이론들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연도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너무 오랜된 것들이라 더 자세히 확인하기도 힘들며, 아직 영양학이나 생리학 등이 발전하기 전 시대의 이야기다. 결국 나중에 로제 자신이 산성식품으로는 체액의 산성화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확인해서 논문으로 발표했고, 실험법을 고안했던 샤먼도 자신의 영양학 저서에서 자기 실험법의 식품 산성도, 알칼리성도라는 것은 체액의 pH조절과 거의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1958년 일본 쿄토후립의대 이와나미는 극도의 산성, 알칼리성 식품을 10일간 인간이 섭취했을 때 어떤 변화가 나오는지를 직접 실험하기까지 한다. 결과는…

   

10일간의 실험식사 기간 중 나중 7일간 혈액 pH농도는
pH7.32-7.42사이의 정상범위 안이었다.

   

…였다. 이렇듯 이미 몇십년 전에 이 이론은 의미가 없는 걸로 다 끝난 이야기였다. (여기서 끝났어야 했는데…)


그런데 일본은 2차대전 동안 부족한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산성식품인 육류가 몸에 나쁘다는 이론을 이용했고, 전쟁이 끝나자 이번에는 부족한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순쌀밥은 건강에 나쁘다는 식의 정책을 폈다고 한다.


그래서 산성식품으로 분류되는 육류, 쌀, 설탕 등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들을 퍼뜨려 나갔고 그러다가 70년대 즈음에 클로렐라 등의 건강보조식품들이 과장광고로 산성체질론을 내세웠고, 엉터리 건강지식 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전일본에 퍼졌다.


그리고는 여러분도 짐작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있는 일처럼 이런 엉터리 일본책들이 검증없이 그대로 번역되어 또 무슨 대단한 과학적 이론인 것처럼 소개되었고, 일본에서 유행하던 건강보조식품들, 정수기들, 건강법들이 그 광고 그대로 번역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아마도 산성체질, 알칼리성체질이라는 정체불명의 용어가 가장 유행하는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 뿐으로 여겨지며 최근 한국이 일본을 앞서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물론 산성체질론을 주장하는 여러 건강보조식품, 건강법, 알칼리 이온수들이 다 완전한 엉터리나 사기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훌륭한 효과들이 있을 수도 있고 또 바로 내일이라도 어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신문에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산성체질과 알칼리성체질을 언급하며 그 효과를 설명하려는 이론이 완전히 틀렸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부에서는 단순히 알칼리성 식품이 아니라, 사실은 재가 되면서도 남아있어 알칼리성을 나타내던 알칼리성 식품 안의 칼슘 같은 무기염류(미네랄) 성분들이 중요했다는 식으로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애쓰는 곳들도 있다.


하지만 미네랄이라는 것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과 함께 5대 영양소의 하나라는 것이 이미 잘 알려져 있고, 또 칼슘, 칼륨, 나트륨,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 원소 각각의 중요성들을 이해하고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지 여기서 산성, 알칼리성을 따질 필요는 없다. 결국 중요한 점은 음식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게 골고루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는 거다.


산성체질 설명에서 야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결국은 좋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다면 정확히 야채류의 어떤 점들이 좋은지를 과학적으로 따져야지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이론들을 펼쳐서 사람들을 속여서는 안 되겠지.


그리고 한쪽은 전부 절대악이고 한쪽은 전부 절대선이라는 식의 극단적인 구별법은 사람들에게 걱정과 스트레스만 더하고 골고루 여러 종류의 식품을 섭취하려는 것을 오히려 방해하는 위험한 생각이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알칼리성식품만을 권장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쇠고기도 돼지고기도 생선 종류도 심지어 우리 전통 주식인 쌀밥마저 모두 피해야 할 산성식품이라고 하니… 뭘 먹이나…


우리가 정말로 식품과 우리 건강에 관해서 고민하고 관심을 갖는다면, 이런 엉터리 과학이론을 믿을 시간에 우리가 먹는 식품에 어떤 유해한 식품 첨가물은 안 들어있는지, 과장광고는 없는지, 농약은 들어가지 않았는지, 안전한 곳에서 수입되어 안전하게 유통되고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앞에서 산성체질의 시작이라고 나열했던 여러 증상들도 결국은 편식이나 수면부족, 과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거나 아니면 다른 병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올바른 원인들을 찾아내 개선되게끔 자기 생활 습관을 돌아보고 또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산성식품, 알칼리성식품 분류표를 늘 가지고 다니면서 식사 때마다 하나하나 따지는 것이 좋을까?


식사 때마다 산성, 알칼리성을 따지고 또 고기나 생선, 밥을 먹을 때마다 산성식품 먹는다고 느껴져 기분 상한다면 그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에 더 나쁘겠다는 느낌은 본 우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꺼다.


위와 같은 일부 엉터리 과학을 주장하는 제품들의 판매에 관계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본인은 복잡한 이론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자신의 일이 여러 다른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믿고 자부심을 가지신 순수한 마음의 분들도 있을 꺼다. 이런 분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피해자다.


그렇다면 돈을 지불하고 사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병의 고통이 괴로워서 건강해지려는 절박한 심정으로, 또는 부모님이나 자기 가족 건강을 위한 따뜻한 마음에 좀 비싸고 부담이 되더라도 구입하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은 그 심정…


이런 모든 분들의 정성과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무시하고 엉터리 이론을 퍼뜨리는 행위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과학으로 위장한 엉터리 이론을 이용해 자기 돈 버는데 사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제발 남의 건강을 가지고, 또 먹는 음식을 가지고 이러지는 말자. 먹는 걸로 장난치는 넘들 젤 밉더라… 씨바… 저거뜰은 안 먹으면서…


마지막으로 월간좃선이라는 잡지에 박정희 전대통령의 기록이라고 나온 글을 소개하면서 마칠까 한다.

   

의사들 얘기를 들어 봐도 설탕도 많이 넣으면 결코 사람 몸에 좋지 않다는 거야. 나이 들면 동맥경화증 이런 데도 걸리기 쉽고….

설탕을 먹으면 사람 체질이 산성화가 되는데, 그것은 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진다는 뜻이요.

- (출처) 월간좃선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제23부·박정희의 일기·메모·편지·연설 (6/10)

누군가가 박정희마저 속이고 있었다.

   

 
이번에도 명랑과학 입국에 동참하고픈
박근준(park41@hotmail.com)